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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빈틈이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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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상아가 있는 까닭에 제 몸을 잃는다. - 《좌전의 양공편》-

 

어느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직장인 1,254명을 대상으로 '직장에서 이런 사람 왕따 당한다'라는 제목으로 설문조사를 하였다. 그 결과 왕따 1순위는 '잘난 척하는 사람'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하는 척돌이와 척순이가 19.1%로 1위, 독불장군형과 사사건건 끼어드는 사람과 '얼짱, 몸짱, 일짱'이라고 생각하는 이른바 '왕자·공주병' 직원이 15.1%로 공동 2위로 그 뒤를 이였다.

 

ㅁ 완벽한 사람보다 허점이 있는 사람이 좋다

     지금은 자기 PR시대이다. 자신의 인지도를 높여야 직장에서 승진도 빨리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과신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쉽기 때문에 상대가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어필하는 것이 훨씬 좋다. 잘난 체하거나 혼자 튀려고 애를 쓸수록 그 주변 사람들은 은근히 그의 실수를 바란다. 완벽한 사람보다 조금 서툴고 허점이 있어 보이면 사람들은 인간적인 면을 느끼며 더 좋아한다.

     심리학자 애론슨은 약간의 빈틈이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퀴즈왕 선발대회' 실황이라고 소개한 녹음을 들려주었다.  출연자 중 한 사람은 거의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풀었으며, 다른 사람은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대회가 끝나고 출연자와 진행자가 주고받는 대화 내용 중 실험에 참가한 대학들은 두 가지 조건의 녹음을 듣게 된다.

     문제를 못 푼 출연자는 옷에 커피를 엎는 실수를 저지르면서, 자기는 평소 이런 실수를 저지른다며 개인적인 실수담을 얘기했다. 문제를 완벽하게 풀어낸 출연자는 자신은 어떤 실수도 저지르지 않는다면 개인적 결점이나 허점을 털어놓지 않았다.  

     녹음 내용을 들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출연자의 호감도를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문제를 잘 못 풀었지만 대화 도중 빈틈을 보이며 실수담을 털어놓은 출연자가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애론슨 박사는 이처럼 허점이나 실수가 대인 매력을 증진시키는 것을 '실수 효과(Pratfall Effect)'라고 명명했다.

     영화 '대부'로 유명한 미국의 영화배우 알파치노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처음 남우주연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말할 때 잔뜩 긴장하면서 수상 소감을 적은 쪽지를 주머니에서 꺼내 더듬거리며 읽었다. 수상 소감이 끝나자 그 어떤 수상자보다 더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명배우 답지 않게 긴장하는 모습이 인간적인 매력을 더해주었기 때문이다. 

 

ㅁ 빈틈을 보이면 이래서 좋아한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완벽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너무 완벽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하면서 시기심이 생기기 때문에 기분이 나빠진다.

둘째. 사람들은 자신의 결점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위선적이고 인간미가 없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허점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서 허점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을 믿지 않고 오히려 완벽한 사람 앞에 자신의 결점이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만나면 오히려 경계심을 갖게 되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

     반대로 빈틈이나 실수담을 털어놓은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데도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허점이나 결점을 보이는 사람은 상대로 하여금 자신과 비교를 통해 우월감을 가지게 해 줘 거리감을 좁힐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유명 연예인이 실수를 하면 더 친근감을 가지게 된다.

둘째. 결점을 드러내면 우리는 그 사람이 진솔한 사람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누구나 자신의 결점을 감추려 하기 때문에 결점을 감추지 않으면 그 사람은 진실한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셋째. 빈틈을 보이거나 결점을 솔직하게 드러내면 경계심을 늦추고 마음의 문을 연다. 왠지 이 사람에게는 자신의 결점을 드러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얘기하게 된다.

 

빈틈을 숨기지 않으면
1. 거리감이 줄어들고 친근감이 느껴진다.
2. 겸손하고, 진솔 하다는 느낌이 든다.     
3. 경계심을 풀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ㅁ 너무 잘난 체하지 말고 빈틈을 보여주라

     영국의 한 초선의원이 청산유수 같이 유창하게 연설을 끝내고 20세기 최고의 웅변가 처칠에게 의기양양하게 다가가 자신의 연설에 대해 피드백을 부탁했다. 칭찬을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처칠은 그에게 '다음부터는 좀 더듬거리게' 말이 너무 매끄러우면 신뢰감이 떨어지고 자칫 경박스럽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네.

     잘남 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모단 돌이 정 맞는다'는 우리말처럼 너무 튀면 경계나 질의 대상이 되고, 잘난 것만 내세우면 그것이 화근이 된다. 너무 튀려고 하지 마라. 될 수 있으면 상석은 피하라, 너무 주목 끌지도 마라. 겸손한 모습으로 조금 더 낮추면 결과적으로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ㅁ 우리는 2등입니다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러 갔다. '지구상에서 가장 맛있는 닭갈비 집'과  '원천동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닭갈비 집'이라는 두 개의 간판을 본다면 사람들은 어떤 쪽을 선택할까?

     광고나 마케팅에서 대개는 제품의 장점만 과장해서 알린다. 하지만 세계적인 광고회사 도일, 데인, 베른바흐 사는 이 관행을 깨고 있는 그대로 광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 차는 딱정벌레처럼 생겼다.', '이 차는 빠르지 않다.' 결과는 예상외로 좋았다. 고객들은 그 광고를 신뢰했고, 판매는 급증했다. 다른 회사가 약점으로 지적하는 바로 그 점을 진실이라는 광고 카피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미국의 렌터카 시장에서 에이비스 사는 이런 카피를 내보냈다. '우리는 2등입니다! 때문에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 광고는 예상외로 위력을 발휘했다.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헤르츠는 경계심을 풀고 오히려 에이비스 직원들에게 동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반면, 에이비스 직원들은 더욱 분발했다. 이것이 소위 '넘버 투 캠페인'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올림픽에서 금메달만 바라보다가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장면을 많이 본다. 한 보험회사도 아쉽게 1등을 놓친 2등 선수의 안타까움을 클로즈업시키면서 이런 카피를 내보낸다. '지금은 2등이다. 그러나.....'

     유리는 그 안에 빈틈이 없기 때문에 물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스펀지는 그 안에 공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물을 빨아들일 수 있다. '누군가를 다가오게 하려면 그가 들어올 수 있는 빈틈을 마련해두어야 한다.'

[바보처럼 보여 난관을 극복하다]
손자병법 36계 중 제27계는 가치부전 전략이다. 난관에 처했을 때는 잘난 체 경거망동하는 것을 삼사고 다소 부족한 듯이 행하면서 내실을 기하라는 것이다.
위나라의 사마의는 조조와 조비가 죽은 뒤 고향에 내려가 재기를 노리고 있었다. 당시 실세였던 조상이라는 사람은 사마의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사람을 보냈다. 사마의는 세상일에 관심이 없는 폐인처럼 살았다. 그에 대한 보고를 받은 조상은 마음을 놓자, 사마의는 조상이 황제와 함께 사냥을 나간 틈에 정변을 일으켜 병권을 장악했다.
뛰어난 지도자가 되려면 자기 재능을 자랑하거나 너무 잘난 체하지 말고 약간의 빈틈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노자 역시 '훌륭한 지도자는 지모를 깊숙이 감추고 있어서 겉으로 보면 바보같이 보인다. 이것이 지도자의 이상적인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다음 포스팅은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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