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프라이버시와 거리 유지: 심리학 실험으로 본 인간 행동

728x90
파트너와 가깝다고 해서 사적인 경계선을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스티븐 카터 -

 

남자들은 공중화장실은 가면 여러 개의 소변기 중 어느 소변기를 선호할까? 일반적으로 아무도 없는 경우에는 대개 구석 쪽을 선호한다. 두 번째 들어온 사람은 첫 번째 사람과 머찌감치 떨어져 볼일을 본다. 세 번째 들어온 사람은 그 두 사람의 중간에 있는 변기를 이용한다. 비어 있는 다른 변기들을 나 두고 낯선 사람 바로 곁에 붙어서 소변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쩔 수 없이 옆사람과 바짝 붙어서 소변을 봐야 할 때도 그 사람을 쳐다보지 않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자들 세계의 불문율이다.

     새벽 첫 차 처럼 넉넉한 지하철 안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다. 화장실에서든 지하철에서든 공간이 허용되면 사람들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다. 이는 다른 사람에게 침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지나치게 다가오면 거부감이 느껴진다.

     심리학자 미들미스트는 남자 화장실 소변기 두 개만 남겨놓고 나머지 변기 위에 '사용 금지'라고 써 붙여 놓고 낯선 사람과 소변을 봐야 하는 상활을 만들고 사람들이 지퍼를 열고 소변을 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누군가 옆에 있으면, 혼자 소변을 볼 때보다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 실험으로 통해 개인적 공간의 침범되면 긴장감이 고조된 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동물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침입자가 나타나면 본능적으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침입자에 대한 동물들의 공격 행동을 '텃세 공격(Territorial Aggression)' 이라고 한다. 동물들이 이처럼 텃세를 부리는 이유는 개체와 종족 보존에 영역 확보만큼 중요한 게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 역시 자신의 개인적 공간이 침해당하면 반사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다. 심리학자 솜머와 베커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관하며 이를 증명했다. 그들은 도서관에 낯선 사람이 곁에 자리를 잡고앉았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여학생들이 보이는 행을 관찰했다. 낯선 사람이 바로 옆에 앉으면 무려 70%의 여학생이 30분 이내에 그 자리를 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10%만이 그 자리를 떴다.

     속으로 '제발 좀 떨어져!'라고 외치며 언짢은 기색을 보여도 눈치 없이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싫은  눈치를 주어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함께 있게되면 신경이 곤두서 공부도 안돼고 일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진다. 다른 사람이 허용하는 경계 이상을 침범하는 사람은 어딜까든 환영받지 못한다.

 

▣ 가족간에도 지켜야 할 경계가 있다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자기만의 프라이버시도 중요한 개인 공간이며,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상대방에게 침해당하고 싶지 않은 개인 공간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특히 가족과 같이 친밀관계에 있는 상대방의 개인 영역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이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시시콜콜 다 알고 싶어 하는 것은 관심이 아니라 개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부분까지 일일이 관여하는 것은 간섭이며, 그것은 상대방이 지키고 싶어 하는 경계를 넘는 침입행동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아이들 방에 들어가 보면 입고 벗어 놓은 옷이 여기저기 있고 책상은 온갖 잡동사니들로 어지렵혀 있는 경우가 많다. 어머니는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가며 아이의 방을 말끔하게 치워놓곤 한다. 그러면서 내심 아이한테 고맙다는 말을 기해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고맙다고 하기는커녕 기뻐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허락 없이 자신의 방에 치웠다고 화를 낸다. 어머니는 그런 아이의 모습에 섭섭함을 느낀다.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어머니의 행동은 호의가 아니라 허락 없이 그들의 영역을 침범한 무례한 행동인 것이다.

     가족간에 아무리 친근해도 아이의 오래된 장난감을 허락 없이 버리고, 노크도 없이 방문을 열고, 배우자의 지갑을 보자고 하고, 스마트폰을 열어보는 것은 모두 다른 사람의 개인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다.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인정하고 경계를 지키는 것은 건강한 관계의 필수 요소다.

 

▣ 훌륭한 리더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동물의 세계에는 개체 간의 거리와 관련된 몇 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TV에서 '동물의 세계'를 보다 보면 야생동물들은 사자와 같은 포식자가 일정한 거리 이상으로 다가오지 않으면 도망가지 않는데 이 거리를 '도주 거리(Flight Distance)'라고 한다. 또 자신의 영역에 침입자가 다가와도 가만히 있다가 일정거리 이내로 들어서면 공격행동을 하는데 이를 '싸움 거리(Fight Distance)'라고 한다.

     노련한 조련사는 사자와 같은 맹수를 다룰 때 그들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조련사를 무시하고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위협을 느낀 동물들이 조련사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들이 조련사의 말을 가장 잘 따르면서도 공격하지 않는 거리가 있는데 그 거리를 동물 행동학에서는 '임계 거리(Critical Distance)'라고 한다.

     동물의 세계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임계 거리가 존재 한다. 뛰어난 리더는 노련한 조련사처럼 부하직원들과의 임계 거리를 파악하고 적정 거리를 유지한다. 부하직원들을 대할 때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을 지킨다. 그들은 부하직원들과 아무리 친해도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그들은 부하직원들이 자기들만의 자리를 갖고 싶어하면 눈치껏 빠져준다. 관심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어느 수준 이상은 터치하지 않는다. 그런 리더 주변에는 항상 팬들이 모인다. 탁월한 리더는 친밀감과 안정감을 함께 제공한다. 반면 사사건건 간섭하고 회식자리에도 끝까지 남는 상사는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부하들에게 인기가 없다.

     우리은 개인영역 내에서는 우리의 존재 자체가 당사자에게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자. 허락하지 않는 한 그 사람의 개인 영역을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가 누구든 너무 멀지도 않게, 지나치게 가깝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