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에 중요한 것은 소득 수준뿐 아니라 느낌이다.
- 마거릿 할시. 미국 작가-
▣ 인도의 중산층
2009년 인도 경제는 큰 호황을 누렸다. 그해에만 1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빈곤에서 탈출했고, 인도세서 중산층이 최초로 출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45년 처음 사업을 시작한 타타 모터스는 인도 최대의 자동차 회사가 되었다. 타타그룹 창업자의 증손자 라탄 타타는 신형 자동차 타타 나노를 2천 달러에 내놨다. 불필요한 장치는 물론 냉난방 장치도 없애고 배기량은 534cc에 불과했다. 타타 그룹은 스쿠터를 이용하는 인도 사람들에게 날씨에 상관없는 교통수단을 만들어 주고자 했다. 연간 2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추었다. 오토바이를 자동차로 바꾸고 싶어 하는 신흥 중산층의 욕망을 대변하고자 했다.
그러나 타타 모터스의 희망은 실현되지 않았다. 인도의 신흥 중산층 소비자들은 스즈키, 현대, 도요타 등 수입차들로 눈을 돌렸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라는 타타 나노 광고판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중산층이 아니라 더 가난한 계층을 떠올렸다. 타타 나노는 사람들에게 그저 제일 싼 차로 인식되고 말았다.
타타 나노는 타타모터스가 저지른 가장 큰 실패작으로 기업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22세 전산회사 직원 슈생크 샤르마의 말이다. '출퇴근은 오토바이로 한다. 친구들과 놀러 가거나 점잖은 자리에 갈 때는 자동차가 좋다. 그렇더라도 차가 타타 나노라면 차라리 집에 있겠다.' 인도 같은 신흥공업국 시장의 새로운 중산층의 꿈은 크다. 타타 모터스는 인도 중산층의 진심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과거의 모습에 집착하여 새로운 계층을 만족시켜주지 못했고, 새로운 시장 기회도 놓치고 말았다.
미국의 야외용 조리 기구 제조업체 웨버가 인도에 처음 진출할 때 직면한 문제는 전통적으로 남성은 음식을 만들지 않으며 종교에 따라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나라에 어떻게 고기 굽기 조리 기구를 판매하느냐였다. 웨버는 중산층 시장을 공략하기로 정하고 중산층 소비자들의 관점을 철저히 분석했다. 웨버는 인도 중산층이 사회경제적 사다리를 올라가 외국의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 등을 보기 시작하면 전통적 태도와 관습도 바뀔 거라고 예상하고 마케팅을 강화했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뒤뜰에서 음식을 만드는 문화가 인도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 2011년 <타임스 오브 인디아>에 실린 기사의 제목은 ' 인도, 이제 바비큐의 시대로 접어들었다'였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말을 했다 '가장 완벽한 정치적 공동체는 중산층이 지배하고, 수적으로 상류층과 하류층을 압도하는 공동체다' 실제로 중산층은 현대사회와 경제 중추 세력이다.
미국과 유럽의 중산층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지만 더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위상도 점점 흔들리고 있다. 반면에 신흥공업국 시장에서는 매년 1억 명 이상이 새롭게 중산층으로 진입하고 있고, 이미 이미 중산층에 진입한 사람들의 수입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 새로운 중산층들의 기세는 올라가고, 옛날 중산층들은 반대로 수그러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중산층에는 하루 수입이 10~100달러인 개인이 포함된다. 4인 가족이라면 대략 1년에 1만 5천 달러에서 15만 달러를 벌어들일 때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전 세계 중산층은 미국과 유럽에 몰려 있지만 2030년이 되면 중국과 인도, 그리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이 물가상승률을 감한해도 전 세계 소비 구매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그림 5 참조)
소비의 주체가 아시아로 넘어간 변화의 흐름은 지금도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장보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해보자. 중국의 광군제(11월 11일)는 주로 인터넷에서만 기념하는 날인데, 2017년 하루에만 250억 달러가 넘는 상품이 거래되었다. 미국의 사이버 먼데이의 거래량 70억 달러를 초라하게 만드는 규모다. 또 마카오가 연간 도박 관련 사업으로 올리는 수익은 330억 달러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70억 달러를 훨씬 웃돈다.
그러나 중국 중산층은 기껏해야 향후 10~20년 동안만 구매력 측면에서 세계 최대 규모를 유지할 것이다. 인도에서 젊고 교육 수준이 높은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경제가 성장하여 2030년에는 인도가 가장 매력적인 신흥공업국 시장이 될 것이다.
▣ 보바리 부인에서 심슨 가족까지
어떤 선진국도 중산층이 소비하지 않으면 경제를 유지할 수 없다. 소비자들이 소비를 중단하면 경제도 정치도 끝장이다.
근대적 개념의 중상층에 대한 정의는 1913년 영국 정부가 작성한 보고서에 처음 나타난다. 상류층도 아니고 노동차 계층도 아닌 사람들을 중산층으로 정의했다. 예전의 개념에서 보면 중산층은 일종의 과도기적 상태였다. 중산층을 상류층 끄트머리에 붙어 있는 가난한 계층 정도로 생각했다.
경제적 관점으로 보면 중산층은 편안하고 아늑한 생활을 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주거비, 교육비 이외의 지출을 즐길 수 있는 계층으로 정의했다. 중산층을 소득으로만 구분하면 편리하지만 간호사와 배관공, 혹은 소규모 사업체의 대표자 등과의 차이가 모호해질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학 교육이 중산층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하지만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중산층인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미국의 유명한 작가 '마거릿 할시는 ''중산층에 중요한 것은 소득수준뿐 아니라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중산층은 소득만큼이나 사회심리적인 마음의 상태를 반영한다. 프랑스 소설과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1856년 발표한 '보바리 부인'에서 '중산층은 참 재미있다. 사실 중산층처럼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내세우기 좋아하는 사람들도 없다. 그래서 중산층은 참 재미있다'라고 표현했다.
미국의 텔레비전에 방영된 <심슨 가족> 에니매이션을 보면 심슨 가족은 자기 집은 있으나 아버지 호머 심슨은 사무직에 근무한다. 그런데 이웃들은 전문직 종사자나 사업체 경영자들뿐이다. 엄마 마지 심슨은 전업 주부다. 호머 심슨은 자신이 중산층이라며 이웃들에게 연수입 3만 7000달러를 올렸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심슨 가족은 정확하게 중위소득층에 속한다.
또한 중산층은 순응성과 동일시하려는 경향도 있다. <미국 국립 과학원 회보>에 발표된 연구자료에 따르면 '상류층은 하류층에 비해 운전 중에 교통법규를 위번하는 경우가 더 많다. 또한 비윤리적인 결정을 할 때가 많으며 남들의 소중한 물건을 탐내기도 하고 협상 중에 거짓말을 하여 성공 확률을 높이는 속임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직장에서조차 비윤리적인 행동에 찬성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의 중산층은 예의와 정직 그리고 책임감이 특징이지만 동시에 개인주의와 허세, 그리고 순응에 대한 압박으로 언제든 비윤리적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국내외 불어닥친 불경기는 중산층 지위를 잃을지 모른다는 좌절감과 분노를 그들에게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