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03. 새로운 중산층의 탄생(Part 2)

728x90

2030 축의변환

▣ 새로운 돈, 새로운 중산층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에서 태어난 '저위위안옌'은 베이징 근처 마을로 이주해 한 시간 반가량 베이징으로 출퇴근한다. 처음에는 식당 종업원 그다음에는 부동산 중개인이 되면서 소득이 늘었다. 형편이 나아지자 고향에서 어머니를 모셔오고 새로운 직장과 생활의 지위가 가져다주는 편안함을 누리고 있다. 중국은 2030년이 되면 이렇게 중산층으로 올라서는 사람이 4억 명쯤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아프리카의 일부 도시에서도 느리지만 중산층이 형성되고 있다. 나이지리아 유전 지역의 신흥도시 '와리'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중산층에 속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중산층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라고 기고했다. 나이지리아에서 5번째로 큰 금융기업 '액세스 뱅크'는 2030년 전망에 대한 강연에서 나이지리아 인구 중 20%가 중산층에 속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 수는 매년 150만 명씩 늘어나는 숫자다.

 

     중국이나 인도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아프리카의 중산층 소비시장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 딜로이트에 따르면, 시장이 성장하는 요인은 인구 증가, 구매력, 도시, 기술 사용과 밀접하다. 여러 설문조사를 보면 아프리카 최대 강국이라 할 수 있는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케냐에 사는 소비자들의 1/4에서 1/2 정도는 지난 5년 동안 생활수준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느낀다.

 

     그들은 소득이 늘면서 유명 제품들을 사거나 욕구가 생겼고, 최신 유행이나 흐름을 따라갈 여유도 생겼다. 가격보다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며 세계적인 상표를 선호한다. 지금은 미국이나 유럽산 제품들뿐이지만 머지않아 자국 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중국이나 나이지리아 같은 신흥공업국의 새로운 중산층의 본질을 알려면 먼저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구세대 중산층들과 어떻게 다른지 이해해야 한다. 구세대 중산층들은 오랫동안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새로운 중산층은 전적으로 '새로운 돈'으로 만들어졌다. 미국과 유럽, 일본 중산층의 1인당 평균 소득은 중국과 인도, 그리고 다른 신흥공업국 시장 국가들 중산층의 3배가 넘지만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다. 구세대와 신세대의 소득 차이는 신흥공업국 시장의 중산층 소비자들에게 강한 야망을 불타오르도록 만들고 있다.

     

▣ 아이폰만의 가치

     아이폰은 21세기 초에 등장한 중산층 소비자들을 가장 잘 상징하는 제품이다. 아이폰은 그저 휴대전화가 아니다. 그들에게 아이폰의 성능이나 능력은 가히 아폴로 우주 계획을 담당했던 컴퓨터에 비견할 만하다.

 

     아이폰의 포장 상자에 보면 'FCC(미국 기술 및 안전 승인 기준)'와 'CE(유럽연합 판매 승인 기준)' 승인 기준을 통과한 제품이라고 표시되어 있고, 다른 국가의 승인은 없다. 그 이유는 현재 미국과 유럽이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해당 국가나 연합이 정하는 규칙이나 규정을 따른 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2030년이 되면 중국과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자 시장이 될 것이다. 그때는 아이폰에 중국, 그리고 인도의 승인 표시도 함께 찍힐 것이다.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중산층 시장은 기술 경쟁 부문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허 출원에 관해 보면 2016년 미국에 신청된 특허 출원이 1995년의 3배 정도였던 것에 반해 인도는 7배, 중국은 무려 72배가 많았다. 중국과 인도가 크게 발전하고 성장함에 따라 새로운 제품과 발명품의 특허 문화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 구세대와 신세대의 충돌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가구 회사 <후커>는 침대, 옷장, 소파, 안락의자에 이르는 모든 가구를 판매한다. 이 회사 덕에 노스캐롤라이나는 미국 가구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1990년대가 되자 미국은 멕시코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저렴한 수입 가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수 십 년 된 미국 가구 회사들의 입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커의 최고경영자 폴 톰슨은 '미국 고객들이 이제는 미국에서 만든 가구를 구매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공장 다섯 곳의 문을 닫았고, 그 바람에 직원 200명이 줄어들었다. 전체 직원의 10% 정도만 남은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전체로 보면 관련 노동자 60%가 일자리를 잃었다. 직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며, 원가보다도 싼 가격에 가구를 팔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중국의 가구 산업은 크게 성장했다. 자국의 중산층이 빠르게 늘면서 덩달아 가구 수요도 폭증했기 때문이다.

 

     선진국 시장과 신흥공업국 시장 중산층들의 엇갈린 운명은 2030년 이후에 경제적, 정치적 현실을 결정지을 것이다. 여러 면에서 서구 사회의 중산층들은 인도와 중국의 중산층들보다 뒤처질 듯하다.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는 지난 2015년 미국의 상류층과 빈곤층 가정을 합한 가구 수가 두 세대 만에 처음으로 중산층 가정의 수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중산층이 1억 2080만 가구 된 반면 상류층과 빈곤층은 1억 2130만 가구가 되었다.  

     미국과 유럽 중산층의 생활수준과 관련해 정치가와 전문가들은 이민자와 신흥공업국 시장과 불평등한 경쟁, 그리고 세계화의 어두운 면을 모른 척하는 상류 지도층을 비난해 왔다. 그 결과가 영국의 EU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다. 이제는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전 세계의 경제와 지정학적 질서에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기업들 사이에서도 신흥공업국의 시장의 기업들은 하루하루 규모가 커지고 있으나, 유럽과 미국 기업들의 사정은 기술 분야 같은 몇몇 특별한 사례를 제외하고 정체되어 있으며, 심지어 기술 분야조차도 중국과 인도의 기업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급변하는 경제 상황은 모든 사람에게 힘겨운 경쟁의 장이 되겠지만 특히 구세대 중산층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왜냐하면 구세대인 제너럴 모터스나 시어스 같은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스포티파이나 어에비앤비 같은 새로운 유형의 기업들을 생각해 보자. 이 두 거물은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인 '유니콘 기업'이다. 에어비엔비는 대부분의 고객과 수익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나오고 있으나, 지금은 규모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과 인도를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 범주로 뭉뚱그려 포함시키고 있다. 넷플릭스도 190개국 이상에서 영업하면 중국 시장 진출을 미뤄왔다. 또한 별 어려움 없이 인도 시장에 진출했지만 부진한 성장세를 보여 결국 가격을 낮춰야 했다. 인도의 <이코노믹 타임스>는 2019년 이렇게 말했다. '이미 비슷한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는 월트 디즈니나 아마존과의 경쟁도 어려운데 인도의 대기업들이 후원하는 방송국이나 영화 제작사들까지 끼어들어 한 달 회비를 40%만 받거나 아예 무료로 회원 가입을 받기도 하는 무한 경쟁 때문에 인도 1억 명을 유치하겠다는 넷플릭스의 목표가 무산될지도 모른다' 이 당시 미국보다 관련 시장이 2배나 큰 인도에서 넷플릭스 가입자는 40만 명에 불과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새로운 중산층들이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서 좋아해야 할 이유는 없다. 예를 들어 이베이는 중국에서 타오바오의 실적을 넘어선 적이 한 번도 없다. 중국 젊은 소비자들은 부모세대만큼 저축하지 않는다. 점점 더 많은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다양한 대부 업체에서 단기로 돈을 빌린다. 미국 사람이 된 것처럼 소비하기 시작했다. 2020년 중국의 가계 부채는 국내총생산 대비 50%까지 올라갔다. 미국의 76% 수준이다. 2030년이 되면 중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미국과 비슷해진다. 중국의 젊은 세대가 더 이상 자신들을 위해 저축하지 않고 소비한다면 이제는 미국이 나서서 허리띠를 졸라매어야 할 것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