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는 더 많은 중산층을 감당할 수 있을까?
중국 정부는 최근 '중국의 자연환경과 인민들의 건강을' 위한 다는 명분으로 세계무역기구에 특정한 유형의 고형 폐기물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 당시 중국 사이에 고조된 무역 전쟁의 핵심은 바로 재활용 폐기물 처리 문제다. 지금까지 중국은 미국에 공산품을 실어 날랐고, 미국은 거기서 나온 쓰레기와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을 다시 중국에 실어 날랐다. 미국의 중산층 소비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며, 미국의 재활용 폐기물의 1/3은 해외로 수출된다. 이 중 절반인 4700만 톤 정도는 중국이 가져갔었다.
이제는 중국과 인도, 다른 주요 신흥 국가들에도 중산층이 생겼다. 그들 국가는 자국의 중산층들이 배출하는 쓰레기며 폐기물부터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전 세계의 폐기물을 받아주던 중국 없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아무도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플라스틱 생산은 계속 증가하고 기업과 국가 모두가 순환 경제에 중점을 두고 재활용 비율을 높이고 있지만 각자 각 국가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 양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하면, 유럽과 미국에서 플라스틱 폐기물과의 전쟁이 다시 불붙은 이유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성숙했다기보다 중국이 외국의 폐기물을 더 이상 받아들이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폐기물 증가 등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뉴욕 파임스>는 2001년 '지구가 또 다른 미국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상상해 보자. 전 세계 중산층 소비 규모는 2020 ~ 2030년 55%쯤 커질 예정이다. 그 결과 많은 양의 식품과 자동차와 같은 공산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양의 물과 광물, 연료를 포함한 천연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한정된 자원을 관리하는 더 나은 방법을 개발하고 실용화할 전문가와 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당장 낭비가 심한 생활 습관부터 바꿔가야 할 것이다.
▣ 무너진 사다리
2018년 진행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이전 세대들이 새로운 세대들에 비해 노동 시장의 변화나 저소득의 위험으로 보호받고 있어, 베이비붐 세대 이후 중산층의 수입이 세대를 거쳐 계속 줄고 있다'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현재 30세 전후의 밀레니얼 세대 중 60%가 중산층인 반면, 베이비 붐 세대의 70% 가까이는 30세 초반부터 지금까지 중산층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정말 큰 문제는 자녀가 생기는 순간 그 가정은 중산층에 진입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 유지되면 출산율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은 자녀가 있는 중산층 가정의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양 부모 가정은 72%에서 68%로, 한 부모 가정은 55%에서 44%로 떨어졌다. 2030년이 되면 유럽과 미국의 중산층이 현저하게 줄고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다. 아이들은 주로 가난한 가정이 아니면 부자 가정에서 태어나고, 전통적인 중산층의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 반등이나 역전은 가능한가?
뉴욕의 버펄로 항구도시는 한때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도시로 천재들이 설계한 환상적인 건축물이 가득하여 미국에서 가장 풍경이 장엄한 도시로 평가받았다. 그렇지만 1950년 이후 제조업이 쇠퇴하고 중산층 거주자들이 몰락하면서 그 찬란한 역사는 많이 퇴색했다.
이러한 버펄로 항구도시가 새로운 이민자들을 받아 들이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라오스, 미얀마 등에서 온 이민자들은 텅 비어 있던 거리와 상점들이 사람들과 사업체로 다시 채워지는 데 도움이 되었고 고소득증과 저소득층 모두 수입이 평균 6%가량 늘어났다.
2030년 경제 상황은 모든 사람들에게 힘든 경쟁의 장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희망은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제조업에 관한 역사가 깊은 185개 도시 지역의 발달 과정을 조사했다. 170년부터 2016년까지 절반 정도가 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했으나, 70% 정도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영역의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놀랍게도 성공과 실패를 가른 것은 주요 해당 도시에 연구 중심 대학이 존재하는지 다양한 인재를 끌어모을 수 있도록 삶의 질을 제고하는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이민자들에게 얼마나 개방적인지 같은 요소들이었다.
▣ 포드, 아마존, 그리고 기본 소득제
1914년 1월 자동차 업계의 입지적 인물인 <핸리 포드>는 역사적인 발표를 했다. 포드 자동차 회사가 앞으로 모든 직원의 일급을 2배로 올려 하루에 5달러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지금으로 치면 일금 126달러, 시간당 14달러 달하는 거액이다. 포드는 대량 생산되는 제품을 열심히 구매하는 소비자 집단이 대량으로 형성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제 2018년 20월 2일로 가보자. 이날 아마존은 정규직, 임시직 모두에게 시간당 최소 15달러 이상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연방정부가 정한 최소 임금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그동안 아마존은 열악한 근로 환경 때문에 공개적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는 '임금 인상으로 통해 비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변화를 직접 주도하겠다'라고 말했다.
포드와 베조스가 내린 결단의 시대적 배경을 비교해 보면, 1914년과 2018년은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극적인 기술적 변화를 겪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포드도 베조스도 결코 기업의 성장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지만 조직화된 노동력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기꺼이 양보하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둘 다 이질률을 줄이고 싶어 했다. 포드의 결단은 미국 자동차 산업 전반에 큰 파문을 남겼다. 미국 중산층은 노동자들을 통해 소비자 규모를 2배로 늘릴 수 있다는 발상 덕분에 증가했다. 그리고 기업이 먼저 나서서 임금을 올리겠다고 하는 극히 드문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구세대 중산층들의 일부가 빈곤에 허덕이기 시작하면서 북미와 유럽 대륙은 정부가 제공하는 기본 소득제를 더 활발하게 논의하기 시작했다. 기본 소득제는 유럽과 캐다나에서는 많은 공감을 얻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이단적이면서 사회주의에 가까운 정책으로 여긴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은 학계뿐만 아니라 노동계 지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본 소득제는 정부의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사회복지 제도의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복지 정책들은 공무원들이 누구에게 어떤 형태로 지원해 줄지를 결정하고 감시해야 하지만, 기본 소득제는 그런 비용과 관련주의의 개입을 막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관련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엄격한 지출 관리'가 가능하다.
기본 소득제는 1962년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발표한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소득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조보금을 지급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다른 전문가는 최저임금 정책을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기술 발전이 초래하는 상황이 실업 사태를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실업 사태는 현재부터 2030년 사이에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2016년 일론 머스크는 이렇게 말했다 '자동화 때문에 기본 소득제나 그와 비슷한 정책을 실행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잘 모르겠다.'
캐나다의 온타리오주는 1인 수입 2만 6000달러, 부부 합산 3만 6500달러 미만인 사람들에게 기본 소득제를 시범 시행했는데, 혜택을 받은 사람들은 이전보다 불안감이 덜 느껴지고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의욕도 되찾았다. 또한 학업이나 재취업에 투자할 여유도 생겼다.
알래스카 주민들은 1982년부터 원유 사업 수입으로 조성된 영구 기금을 통해 매년 배당금을 받는다. 2018년엔 1600달러 정도였다. 알래스카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배당금 때문에 노동 의욕이 꺾이는 일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 결과에서는 약물 남용으로 인한 사고는 10%가량 늘었지만, 관련 범죄는 8% 줄었다. 신생아 출생 시 평균 체중이 증가했고, 3세 전후 아이들의 비만도가 줄어들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배당금으로 빈곤율은 줄었는데 불평등은 커졌다는 점이다. 평소 여유 있던 가정은 재투자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은 그냥 써버리기 때문이다. 알래스카의 배당금의 지속 여부는 원유 사업 수익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느냐에 달려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경제학자 힐러리 호인스는 기본 소득제 정책의 미래를 암울하게 전망한다. '실질적인 추가 자금이 투입되지 않는 이상 기존의 빈곤 퇴치 정책을 기본 소득제로 대체하자는 주장은 매우 퇴행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