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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더 강하고 부유한 여성들(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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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 천장인가, 남성들의 장벽인가

    "여성에게 유리 천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남성들이 만든 두터운 장벽만 있을 뿐이다." 세계 여성 지도자 평의회의 공동 설립자이자 작가인 로라 리스우드의 말이다.

 

    OECD 회원국 중 선진국 상장기업들의 여성 최고경영자는 극히 드물다. 영국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4%, 오스트레일리아와 멕시코는 3% 미만, 라틴아메리카 대륙 평균은 2% 미만,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은 정확히 0%다. 의외이지만 유일하게 중국만 5.6%를 기록했다.

 

     경영 이사진의 남녀 성비를 보면 유일하게 노르웨이 한 곳만 여성 비율이 42%로 절반에 근접한다. 10% 넘는 곳은 15개국뿐이다. 미국은 17% 정도다. 

 

     국제 노동 사무국은 여성이 중간급 이상 경영진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는 자메이카, 콜롬비아, 세인트루시아 세 곳뿐이라고 밝혔다. 모두 카리브해 연안 국가다. 미국은 2010년 후반에 들어서야 43%가 되었으며, 조사대상 국가 중 43%는 여성 비율이 20%에도 못 미쳤다. 일하는 여성이 많아지더라도 기업이라는 사다리 꼭대기에는 여전히 남성들이 군림하고 있다.

 

     정치권도 비슷하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많이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64%로 르완다와 53%인 몰리비아 두 곳뿐이다. 남태평양의 통가, 미크로네시아, 바누투, 중동의 카타르와 예멘은 아예 여성이 한 명도 없다.

    26개국의 여성 비율은 10% 미만이고, 24개국에서는 20% 미만이다. 전 세계 평균은 21%인데, 미국은 19%로 평균에 못 미친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 의원 비율이 20%를 기록하고 있으며 행정 분야 장관들도 50%가 넘는다.

 

     그래도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진 분야는 공무원 조직이다. 헝가리, 러시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는 여성 공무원 비율이 50%가 넘는다. 캐나다, 스웨덴, 슬로베니아, 카자흐스탄은 40% 이상이다. 모두 사회주의의 유산이 있거나 복지 정책이 튼튼한 국가들이다. 

 

     분명한 사실은 인재를 경쟁시험 제도를 바탕으로 채용한다면 여성이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2030년이 되면 정부 관료 제도의 고위직 대부분이 대학 학위를 가진 여성들의 차지가 될 수도 있다.

 

▣ 여성 지도자에 대한 편견

     지금은 고인이 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보수 정당의 대표로 선거에 승리했고, 권력의 정점에 올랐으며, 두 사람 모두 화학을 전공했다. 

 

     마거릿 대처는 옥스퍼드대학교 졸업 후 잠시 아이스크림 개발에 참여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유명한 별명 '철의 여인'에 빗대어 '알고 보면 부드러운 철의 여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프랑스의 <프랑스와 미테랑> 전 대통령은 마거릿 대처를 향해 여성 혐오 감정으로 '폭군의 눈과 요부의 입술을 가진 여자'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알겔라 메르켈 또한 성차별적 논쟁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정치인이 되기로 결심했고, 메르켈 역시 거침없이 직설적인 태도에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줜 여자', '큰 엄마' 등으로 불렸고, 유로존 금융 위기 때 양적완화 정택에 끈질기게 반대하여 '노(NO)라고만 말하는 여자' 같은 별명과 평가를 얻었다.

 

     권력을 쥔 여성은 원래 성향이나 성격에 상관없이 '독단적'이라는 편견에 부딪힌다. 어른들이 어린 남자아이가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면 '지도자 감'이라고 말하지만, 여자이이가 똑같이 행동하면 '독단적'이다 혹은 '기가 세다'라는 낙인을 찍어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즉, 여성들에게는 지나치게 나서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말라는 뜻이다.

 

     예일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가르쳤던 <켄터> 교수는 대처나 메르켈이 등장하기 전 조직 안에서 여성이 빠질 수 있는 '역할의 함정'을 이야기하면서 네 가지 모습으로 애완동물, 유혹하는 여성, 드센 여성, 엄마를 얘기했다. 애완동물 모습은 조직 안에서 진지한 상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귀엽고 다정하거나 여성스러운' 모습을 의미한다. 유혹하는 여성은 '못된 마녀처럼 남자를 유혹'하며 조직 안에서 남성과 여성 도두의 경계 대상이 된다. 가장 곤란한 모습은 자신도 모르게 '드센 여성'으로 낙인찍히는 것이다. 그런 여성들은 거칠고 무조건 밀어붙이기만 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아예 남자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엄마의 모습은 촌스러운 모습에 언제나 잔소리만 해대는 꽉 막힌 원칙주의자로 그려진다. 

 

     하지만 2030년을 가까이하면서 여성 지도자를 대하는 태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여론 조사 기관 <갤럽>이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상사의 성별이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23%는 선택이 가능하다면 남성 상사가 좋다고 답변했고, 21% 여성이 더 좋다고 대답했다. 갤럽은 1995부터 이 설문 조사를 했는데, 당시에는 66% 남성을 택했고 5%만이 여성을 택했으며, 25%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여성의 기회와 자유가 갑자기 변화했을 때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표 보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은 2018년이 되어서야 처음 운전을 허가받았는데, 사우디아라비아 자동차 판매점은 여성들이 밝은 색깔의 소형 SUV 차량에 관심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여성들은 더 크고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차량을 원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도로에서 여전히 여성 운전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 중 신기술 수용자들은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남성과 동일하게 보일 수 있는 방향을 위해 계속 행동하고 있다.

 

▣ 2030년에는 여성이 세계를 지배할까?

     여성들이 힘겹게 얻은 새로운 사회적 지위는 권력 구조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수많은 연구가 증명한 것처럼 추문과 부패가 없고 폭력도 사라진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일부 여성들만 혜택을 누리고 나머지는 더 외곽으로 떠밀려 사회적 갈등이 전보다 심한 양극화 사회가 형성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정치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계없이 여성들은 더 많은 재산을 거머쥐고 낮은 출생률과 노령화가 문제가 되는 미래 사회에서 교육과 보건 문제 등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여성들을 더 배려하는 쪽으로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그렇지만 2030년에 완벽한 양성평등이 이루어진 사회가 건설되리라는 견해는 다소 섣부르게 느껴진다.

 

     하지만 여성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오히려 더 어려운 문제는 도시의 무질서한 팽창과 함께 지구온난화가 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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