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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과학기술이 바꾸는 현재와 미래(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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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파괴란 '내부로부터' 끊임없이 결제 구조를 혁신하고 낡은 것들을 파괴하며
새로운 것들을 창조하는 산업적 돌연변이의 과정이다.
- 조지프 슘페터. 경제학자 -

 

 

▣ 손목시계의 흥망성쇠

     '스위스제'라는 말이 시계의 대명사가 되기 전에는 영국이 시계 산업에서 가장 앞서갔다. 1400년에 최초로 등장한 휴대용 시계는 1600년대부터 일반화가 시작했다. 시계의 정확도를 당연시하는 지금 이 대단한 혁신을 누가 주도했는지는 지금도 풀리지 않는 뜨거운 주제다. 네덜란드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하위헌스>는 17세기 유럽의 과학혁명을 이끈 거장 중 한 사람으로 전자시계를 발명했으며, 수리물리학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시계의 혁신에 관한 논쟁은 복잡하지만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이 발명품의 고향이 스위스라고 인정하고 있다. 험준한 알프스산맥 같은 지형 속에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기 위해 군대가 휴대용 시계를 간절히 원했다는 것이다.

 

     스위스인들은 프랑스의 박해를 피해 탈출한 신교도들 덕분에 뛰어난 귀금속 기술자와 장인들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들은 고급 손목시계를 소량으로 생산해 유럽에 판매했다. 1905년 런던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한 로렉스조차 뛰어난 기술자들의 힘을 빌리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 북쪽의 유라로 1919년에 본사를 옮겼다.

 

     미국 기업들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발전한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의 대량 소비문화에 부흥하기 위해 태엽 대신 배터리를 사용하는 시계를 개발하게 되었고, 이 기술로 엄청난 돈을 번 회사가 '타이멕스' 다. 그리고 미국 사람들은 시계뿐만 아니라 냉장고와 세탁기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대량으로 소비했다. 타이멕스의 기세를 높여가는 동안 롤렉스는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1960년 두 번째 기술적 변화가 시계 업계를 강타했다. 스위스의 한 기술자가 U자 형태의 금속 부분이 부딪힐 때 진동하는 소리굽쇠 원리를 바탕으로 구조를 단순화해 훨씬 정확하게 시간을 측정할 수 있게 했다. 이 혁신으로 이익을 얻은 회사는 미국의 '블로바'라는 회사다. 반면에 스위스는 부품을 하나씩 만드는 시계 제작에 큰 자긍심이 있었기에 이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후 일본이 시계 산업에 참여하면서 세 번째 혁신이 휘몰아졌다. 일본은 수정 진동자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기술로 시계 구조를 더욱 단순하게 만들었다. 1970년대가 되자 세이코, 시티즌, 카시오가 타이멕스와 블로바를 앞선는데, 1970년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수정 진동자 시계는 대부분 일본이 생산했다.  

 

     198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스위스는 연이은 기술혁명에 대응해 스와치를 선보였고, 스와치는 정확한 시계에 장신구의 개념을 덧붙여 수집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스와치 덕분에 스위스는 소멸 직전에서 극적으로 명성을 되찾았다. 이로 인해 일본의 시계들은 어느새 지루하고 재미없는 시계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휴대전화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휴대전화는 1970년대에 모토롤라에서 휴대용 무선통신 개념을 확립하고 최초로 휴대전화를 개발한 <마틴 쿠퍼>는 만화책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손에 들고 다닐 수 있으며 시간을 확인하고 전화통화도 할 수 있는 휴대전화는 기존의 시계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그리고 모르는 사이에 시계는 장난감처럼 사용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 좋은 사치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애플이나 삼성 혹은 샤오미처럼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첨단 기술 기업들이 이른바 스마트 워치를 우리에게 팔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시계는 새로운 기술과 소비 성향을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다. 냉장고가 발명되면서 얼음 냉각제가 필요 없어졌고, 백열전구는 기존의 가스등을 대체했으며, 트랜지스터의 등장으로 진공관이 사라졌다. 제트 엔진이 프로펠러 엔진을 앞섰고, CD 덕분에 레코드판은 수집가들이 찾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타자기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렸으며,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필름 사진기의 역사는 종말을 고했다. 

 

     우리는 이런 극적인 변화들을 표현할 때 '대혼란'이나 '파괴'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손목시계의 발전은 이렇게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극적인 변화의 한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 캄브리아기 대폭발

     (약 5억 410만 년 전부터 4억 8500만 년 전까지 있었던 다양한 종류의 동물 화석이 갑작스럽게 출현한 지질학적 사건)

     기술은 제품의 개념, 제작 방식, 판매 방식, 사용자, 그리고 사용 방식 중 한 가지 이상을 바꿈으로써 현재의 상황을 무너뜨린다. 스탠더드 앤드푸어스 기준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지난 반세기 동안 60년에서 10년 가까이 줄어들었다. 2030년이 되면 수십억 개에 달하는 컴퓨터와 감지 장치, 로봇 기술이 도입되는 세상이 열릴 것이다. 제조업에는 인간의 두뇌보다 많은 컴퓨터가, 인간의 눈보다 많은 감지 장치, 그리고 인간의 노동력보다 많은 로봇이 투입될 것이다. 우리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에 가까운 기술적 변화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기술은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화는 지루한 노동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 주지만 동시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빼앗기도 한다. 모든 직업은 전통적인 이간의 노동력과 전문 지식, 관리 능력에 의지하는 공간 안에서 누군가 혁신이나 새로운 발명을 이끌어낼 때 쉽게 무너지거나 사라질 수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정치가인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얘기했다. 슘페터는 새로운 기술을 바로 받아들이는 시장경제의 특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낡고 비효율적인 것들을 몰아내는 지속적인 영향력 모두 시장경제의 빛인 동시에 그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창조적 파괴 과정이야말로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사실'이라고 결론지었다.

 

▣ 인간과 로봇은 친해질 수 있을까?

     1997년 IBM의 '딥 블루 컴퓨터'는 체스 대회 우승자인 <가리 카스파로프>를 물리쳤다. 1년이 지난 후 타이거 일렉트로닉스가 움직이는 로봇 장난감을 시장에 내놨다. 2000년에는 자동차 기업 혼다에서 '아시모'라는 인간형 로봇을 개발했다. 2011년이 되자 이번에는 애플이 인공지능 비서 '시리'를 만들어 아이폰에 탑재했다. 중국은 국가 안보 기관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얼굴 인식 기술로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까지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이른바 날카로운 눈의 감시를 뜻하는 '쉐량공청'의 목적은 사람의 행동을 바탕으로 사상을 점수 매기고 감시하는 데 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당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중대형 트럭 운전사 15만 ~ 22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 수치는 2015년 기준 회사에 고용된 트럭 운전사의 60~90%에 이른다. 여기에 버스와 택시 기사, 그리고 개인 회사의 운전기사 등을 포함하면 일자리를 잃을 사람이 300만 명에 육박한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로봇 한 대가 평균 5 ~ 6명의 인간 노동자를 대신할 수 있다. 미국의 단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은 1983년 약 2800만 명에서 2015년 3000만 명으로 약 30년 동안 고작 200만 명 남짓 늘었다. 이 기간 동안 30만 대가 넘는 로봇이 설치되어 약 200만 명 몫을 감당하고 있다. 이제는 매년 3만 5천대 이상의 로봇들이 설치되고 있으므로 향후 10년 동안 더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2030년이 도면 제조업 분야에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컴퓨터 전문가와 관리자를 더 많이 채용할 것이다.

 

     사무직 단순 일자리는 2800만 개에서 3300만 개로 늘었는데, 여기에는 사무원이나 계산원 등이 포함된다. 반면 전문 기술을 갖춘 기능공처럼 육체노동이지만 반복적인 작업이 아닌 일자리는 1400만 개에서 2700만 개로 늘어났으며, 교사, 컴퓨터 전문가, 기획자, 건강관리 종사자 같은 전문직도 2800만 개에서 5700만 개로 크게 늘었다. 

 

    사무직이나 행정직의 단순 사무직 일자리도 머지않아 인공지능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늘 같은 업무를 하는 의사, 자료들만 모으는 신참 변호사, 매 학기 입학 과정만 가르치는 교수들도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장치에 직장을 빼앗길 위험에 처해 있다. 

     외과의사의 경우 제 몫을 하기까지는 적어도 10년 이상의 교육과 현장에서의 훈련이 과정이 필요하다. 2016년 국제전기공학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형 수술 로봇이 똑같은 수술을 집도하는 인간 의사보다 뛰어난 솜씨를 발휘했다고 한다. 

 

     이 연구를 진행한 소아외과 전문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외과 의사들은 수술의 전문성에 자부심이 있지만 더 안전한 결과를 위해 기계장치와 함께 일하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엄청난 유익이 될 것이다." 그는 로봇이 자율 주행처럼 의사를 돕는 역할부터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로봇 기술도 반드시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인간을 도와 더 나은 성과를 내도록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MIT 연구원인 <알렉산더 레벤>은 박시라는 종이상자로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었다. 어느 날 레벤은 한 남자가 박시에게 고민 토로하고 박시가 진짜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완벽학 미소를 머금은 로봇을 만들기에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MIT의 <셰리 터클>은 사람들이 로봇에게 마음을 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인간과 로봇은 쉽게 친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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