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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출생률을 알면 미래가 보인다(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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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축의변환

▣ 성관계에 대한 무관심

     수천 년 동안 인구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 요소는 식량 확보와 전쟁, 질병이나 재해 등이었다. 1978년 초기 경제학자 로버트 맬서스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자녀를 낳고 계획 없이 지구의 자원을 낭비한다고 경고했다. 당시 맬서스는 주체할 수 없는 성욕 때문에 인간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위함 한 적이라고 생각했다.

 

     늘어나는 인구 때문에 식량 공급이 속도를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 기근과 질병이 뒤따르면서 인간의 무서운 번식 능력 때문에 멸종의 위헙에 처할 것이라고 두려워했던 맬서스는 오늘날의 혁신적인 발명과 농업 분야의 혁명적 개선, 그리고 해상 운송의 발달로 국제적 교역이 가능해져 식량 공급이 엄청나게 확대될 가능성을 간과했다. 그 결과 맬서스가 살던 시절 전 세계 인구는 10억 명, 지금은 75억 명이 지구에 살고 있다.

 

     또한 맬서스는 현대 기술이 인간의 성욕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못했다. 기술과 성욕의 관계는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다. 수많은 오락거리를 언제든 접할 수 있는 우리는 그만큼 성관계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 

 

      '성적 행동 보고서' 라는 학술지에 실린 연구 경과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을 비교하면 미국 성인들의 연평균 성관계 횟수가 1/9로 줄었다. 특히 장기적으로 한 배우자와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런 경향을 나타냈다. 시대별로 1930년대 태어난 이른바 '침묵의 세대'가 가장 성관계를 많이 했고, 199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의 성관계 횟수가 제일 적다. 또 하나는 장기간 함께하는 배우자가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서이기도 하다.

 

     성적 욕망에 오락거리가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2008년 동아프키가 연안에 한 달 이상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이 상황은 연구자들에게  '자연스러운 실험 공간' 마련해 주었다. 전기 공급이 끊긴 가정은 '실험집단', 자가발전이 가능한 가정은 '통제 집단'이 되어, 9개월이 지나자 실험 집단에서는 평소보다 20%나 많은 아이들이 태어났고 통제 집단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 돈의 힘이 세상을 움직인다.

     2018년 '뉴욕 타임스'가 미국인들이 자녀를 적게 갖는 이유를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 가장 큰 4가지는 돈 문제와 관련이 있다. 임금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학을 졸업한 부부의 우선순위는 학자금을 상환해야하고, 안전한 곳으로 이사 등이었고 자녀문제는 그다음이었다.  

 

     1992년 인간 행동에 대한 통찰력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는 출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주장했다. 부모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자녀의 '양'과 '질' 사이에서 손해와 이익을 저울질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수입이 늘어나면 차를 한대난 두 대쯤 사려고 고민하지만 수입이 계속 늘어난다고 해서 수십 대의 자동차를 사려 하지 않는다. 냉장고나 세탁기도 마찬가지다. 즉, 여러 대의 차가 아닌 더 크고 고급스러운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베커의 통찰력을 자녀에 적용하면 더 적은 자녀에게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부모들은 수입이 많아지면 자녀에게 더 많이 투자하고 더 나은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 베커의 주장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불평등이 심해지는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더 많이 투자하여 최선의 기호를 제공하고 싶어 한다. 이런 관점에서 아이들은 현재 가치와 수익률을 투자의 대상인 셈이다.

   

     경제학적으로 자녀 수에 대해 부모가 자녀 한 명당 얼마만큼의 돈을 써야 하는지를 계산한 자료를 참고해 보자. 2015년 미국 연방 정부는 자녀 한 명을 17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이 23만 3610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대학까지 보낸다면 그 액수는 2배 이상 뛰어오를 수 있다. 똑같은 수입 조건에서 자녀가 없는 상태를 가정해 보면 스포츠카와 바닷가 별장을 살 수 있는 여유 자금이 생긴다.

 

▣ 정부가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작지만 부유한 나라 싱가포르는 인구의 3/4이 중국계다. 싱가포르 정부는 국민들이 자동차, 별장 등을 위해 자녀 갖기를 포기하는 상황을 우려해 저출산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로 했다. 정부관료는 자녀가 없는 부부들에게 싱가포르가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가 꼭 필요하다고 홍보를 했다. 그리고 부부금실이 출산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판단하고 발리섬에 무료 휴가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공짜의 멋진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길 기회를 알아본 부부들은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정부를 최소한으로 만족시킬 정도의 아이들은 태어나지 않았다. 결국 이 시범 계획은 9개월 만에 중단되었다.

 

     중국은 악명 높은 한 자녀 정책을 통해 인구수를 조절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1950년 중국공산당이 실시한 대약진운동이 초래한 엄청난 기근과 문화력명의 대혼란 속에서도 중국의 인구는 매 10년마다 1억 2천만 ~ 1억 5천만 명씩 늘었다. 이에 따라 1979년 한 자녀 정책을 강제로 실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중국의 출생률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는 현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중국의 출생률이 낮아진 주된 이유는 세계 다른 지역에서 나타나는 출생률 저하 원인과 똑같았다. 도시화,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과 사회진출, 그리고 더 적은 자녀에게 더 많은 기회 제공 등이다.

 

     1965년 중국 도시 지역의 출생률은 여성 한 명당 6명이었다. 1979년이 되어 한 자녀 정책이 실시되고 시작했을 때는 이미 여성 한명당 자녀 수가 1.3명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지방에서도 평균 7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1979년에는 3명으로 줄어 있었다.

 

     2015년 중국은 한 자녀 정책을 폐기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은 '여성의 발전이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을 능가했다.' 하고 말했다. 중국과 같은 정책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이웃의 타이완은 중국의 1.6명보다 훨씬 낮은 1.1명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경제발전이 최고의 피임'이라는 유명한 구호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실로 증명된 셈이다.

 

▣ 중국 한 자녀 정책의 최고 수혜자

     중국 정부가 법적 조치로 시행한 한 자녀 정책은 남아 선호 사상과 맞물려 젊은 남성이 젊은 여성보다 20% 더 많은 성비 불균형을 만들어냈다. <이코노미스트>는 '왜곡된 성비 불균형이 낳은 중국의 경혼 재앙' 이라는 기사를 보도했고, <뉴욕 타임스>는 '수백만 명의 중국 남성이 홀로 밸런테인데이를 보내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결혼 적령기의 아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적당한 짝을 찾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저축을 늘렸다. 그 결과 1990년 ~ 2007년 중국의 저축률이 60% 이상 증가했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중국의 성비 불균형은 여성들에게 훨씬 많은 선택의 여지가 생겼다. 한 연구진이 중국의 최대 만남 싸이트 중 하나에 남성과 여성들의 모의 자기소개서를 올리는 실험을 했다. 연구 결과 모든 남성은 여성의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거의 동일한 비율로 자기 소개서를 확인한 반면, 여성들은 소득이 높은 남성 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뚜렷했다.

 

     흥미로운 일이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성비 불균형의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났다. 러시아에서는 많은 남성이 과도한 음주로 일찍 사망해 젊은 남성이 부족하다. 시베리아 일부 지역의 여성들은 다처제를 합법화하자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합의하여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 이상적이겠지만 불행히도 중국의 성비 불균형은 러시아에 비해 7배는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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