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포스팅한 종족이야기에서도 그랬지만 오늘 코쿠닝마케팅을 읽으면서도 여러 종족들의 모습에서 나 자신 또한 커가면서 가졌던 또는 우리 아이의 모습이 약간씩 오버랩되는 느낌을 가져봅니다. 마케팅 트렌드를 읽는다는 것은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얼마나 빨리 파악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 외부활동보다 가정에 안착하려는 트렌드
코쿤은 누에고치를 의미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누에나 곤충이 성장하는 동안에 보호하는 덮게'라는 뜻이다.
코쿠닝 현상은 자신의 힘으로 외부활동이나 사회활동을 해 나가기보다는 가정에 안착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영화관 보다 집에서 보는 것을 선호하고, 혼잡한 쇼핑센터보다 인터넷이나 TV홈쇼핑을 즐기며, 결혼할 시기가 지난 후에도 부모로부터 독립을 꺼리는 경향 등을 코쿠닝 현상으로 볼 수 있다.
▣ 코쿤족을 잡아라
코쿠닝은 1990년대 말 이후 여러 분야에서 화두가 되었다. '포춘'지가 마케팅계의 노스트라다무스라고 한 페이스 팝콘은 그의 베스트셀러 '팝콘 리포트'에서 21세기에는 모든 사람이 직장의 속박을 벗어나 자기 개성의 자유를 찾아 재택근무를 하게 되는, 이른바 코쿠닝 신드롬이 널리 퍼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미국의 거대기업 'AT&T' 와 같은 주요 기업들은 이미 모든 정규직을 없애고 계약직으로 운영한다. 국내 계열 종합상사들도 인터넷을 통해 '사람과 종이 없는 사무실'을 실현하고 있다.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자 하는 코쿤족, 웬만하면 자신만의 세계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인터넷 쇼핑몰의 코쿤마케팅의 중심이 되었다. 인터넷의 발달은 코쿤들의 행태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협소 공간에 적합한 침대겸 소파, 미니 가전 중심의 판매가 늘고 있다. 코쿤이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개전(個電)'제품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다.
▣ 집에서 즐기는 디지털 코쿠닝, 인스피리언스족
예전의 코쿠닝은 단순히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었다면, 디지털 코쿠닝은 '즐기는 코쿠닝'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디지털 코쿠닝은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하면서 과거의 도피적이고 수동적이었던 것에 능동성과 오락 요소가 덧붙여지게 되었다.
가정이라는 안락한 '누에고치' 속에서 게임, 음악, 넷플릭스 등 화려한 디지털 문화를 즐긴다. 흥미롭고 저렴하며 발달된 기술 덕에 질적인 면에서 뛰어난 디지털 세대인 10대 20대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디지털 코쿠닝은 실내 여가 활동 선호라는 새로운 트렌드와도 관련이 깊다. 제일기획이 실시한 '전국 소지바 조사' 에 의하면 '휴가 때 힘든 여행보다 집에서 쉬고 싶다' '활동적인 취미보다 정적인 취미활동이 좋다'라고 응답한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으며, 특히 19~25세의 활동적인 젊은 층에서 비활동적인 취미생활에 대한 선호가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바깥세상이 주는 스트레스에 상처를 입은 소비자들이 가족과 내면으로 관심을 돌리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디지털 코쿠닝 트렌드는 인스피리언스족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들은 밖에서 가능하던 활동을 집 안에서 즐기려는 성향이 있으며 최첨단 홈시어터나 놀이시설, 홈 바 등을 구비해 놓고 있다.
인스피리언스족은 집에만 틀어박혀 지낸는 방콕족과는 다른 '어울림' 문화를 창조했다. 단지 그 공간이 외부가 아닌 집안으로 옮겨왔을 뿐이다. 또 이들에게 빠질 수 없는 것이 웰빙이다. 집에서 재미있게 놀고 제대로 해 먹자고 하는 것이다.
▣ 코쿠닝마케팅의 방향
일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히키코모루족은 '(방안에) 틀어박히다'라는 뜻으로 일체의 사회적 관계를 거부하고 방 안이나 집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과 대화하지 않고 낮에는 자고 밤에 인터넷을 탐닉하는 행태를 보인다.
누구나 한번쯤 해 봤을 법한 행동이지만 문제는 지속 기간이다. 일본 후생성은 히키코모리 진단 기준을 '6개월 이상'이라고 제시했고, 10년 이상 방 안에서 지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와달리 코쿤족은 안정된 수입에 업무능력도 뛰어나고, 스트레스 등 외부 자극에 확실한 해결책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코쿤족이 늘어나면 조직을 중시하는 전통적 가치관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코쿤족은 자칭 폐인족과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마케팅 관점에서 코쿤족은 칩거증후군 경향을 보이되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신소비계층이다. 게임방, 만화방, 자동차 극장, 휴게텔, 음식 배달업 등 코쿤족을 대상으로 한 때 성공을 거둔 비즈니스 아이템이다.
현재의 코쿤족은 인터넷의 발달로 더더욱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어졌다. 리모컨만 있으면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인터넷으로 반찬, 생필품, 옷, 액세서리 등을 주문하고 구입한다. 배달 음식 메뉴도 다양해지고 24시간 배달도 된다. 코쿤족은 집 속의 방이 아닌 '집 속의 집'을 지향하는 것이다.
현대인의 코쿤화 경향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이제는 '병'이 아닌 '문화'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