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을 내쫓는다?
인터넷의 발달로 요즘은 은행에 갈 일이 별로 없지만 지금도 은행에 가면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따라붙는다. 은행은 돈 안 되는 고객은 불편함을 통해 디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돈 있는 고객은 편리함을 통해 프라이빗 뱅킹에 영업력을 집중한다.
은행의 디마케팅 전략은 쉽게 말해 은행 수익에 기여하는 우량 고객을 솎아내 우량 고객 중심으로 차별화돤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모 이동통신 업체는 시장점유율 50% 미만 유지를 위해 신규고객을 받지 않고 심지어 타사 신규가입을 대행한 일도 있었다. 정부의 규제 탓도 있지만 기존 우량 고객들을 우선적으로 챙기겠다는 의도가 더 크게 깔려 있었다.
명품 업체들도 희소성 유지를 위해 디마케팅 전략을 사용한다. '뤼이비통' 의 파리 본점에서는 여행객이 제품을 구입하면 여권번호를 입력해 1년에 한 품목만 구입하도록 하는 '제한 판매' 방식을 지키고 있다. 또 명차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한정 수량으로 일정 수입 이상의 고객들이나 명차 보유 수 등을 감안하는 것 또한 디마케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 고객을 제한하라
조선일보는 '오만한 마케팅이 강남에서 뜬다' 는 제목으로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다. '도도하다 못해 다소 거만하게 느껴지는 콧대 높은 마케팅'이 서울 강남 일대에 뜨고 있다. 찾아오는 손님조차 '싫으면 말고' 식으로 튕기는데 오히려 손님이 줄을 선다. 수입 주얼리 '르 쁠뤼'는 오픈 8개월 만에 매출이 3.5배 성장했고, 수입의류 매장 '쇼퍼홀릭' 역시 월평균 2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아모레 퍼시픽'도 초반에 뉴욕 부유층 시장을 먼저 공략하는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다소 고급스런 이미지를 갖게 됐다. 청담동 회원제 와인 바 '벨뷰'는 예약된 룸 옆 룸에는 예약을 받지 않는 '오만한 정책'으로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VIP들을 확보했다.
▣ 체리 피커를 걸러 내 수익을 높인다
체리 피커는 달콤한 체리를 집어 먹는 사람을 말하는 은유적 표현으로 우리말은 '얌체족'을 들 수 있으며. 업체가 제공하는 부가 서비스만 이용하고 실제 매출에는 기여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카드사의 각종 할인제도나 포인트제도는 적극 이용하면서 실제 카드 구매율은 낮은 사람이다. 웹 사이트 이벤트만 참가하고 실제 웹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체리 피커에 해당한다. 담배곽의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도 디마케팅 기법이다.
2000년대 이후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고객을 밀어내는 마케팅이 확대되었다. 우량 고객에게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여 비용과 인력을 절감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모든 유형의 마케팅 기법으로 확대된 것이다.
디마케팅은 기업의 제품, 서비스 관리 측면에서도 활용된다. 제품 생명 주기상 쇠퇴기에 있는 취약제품의 철수, 저수익 브랜드의 서비스를 신규 브랜드 전환 유도활동에도 활용된다.
▣ 디마케팅의 효과적인 활용방안
1) 20대 80 법칙을 다시 한번 생각하라
불황기일수록 상위 20% 고객이 수익의 80%를 점하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이 법칙의 숫자는 절대적인 비율은 아니지만 80%를 차지하는 고객에 대한 재정의는 필요하다.
'맥킨지'는 고객을 충성 고객과 비충성 고객으로 구분한 고객 충성도 프로파일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충성 고객과 비충성 고객을 상, 중, 하 3그룹으로 분류했다. 산업별로 보면 인터넷 업체의 비충성 고객 비율은 25%, 신용카드사는 23%, 은행은 22%, 이동통신사는 1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산업에 관계없이 충성 고객의 하위그룹과 비충성 고객 상위그룹은 상호 전환이 빈번하다는 것이었다. 카드사의 경우 비충성 고객 중 상위그룹 비중이 가장 높으며 충성 고객으로의 전환이 타 산업에 비해 자주 발생했다. 따라서 이들 고객층에 각별한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하위 20%의 상위 그룹 고객에게 거래정지 통보보다 기업에 수익을 줄 수 있는 다른 서비스의 신규고객이 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만하다.
2) 고객 평가를 동태적으로 파악하라
기업이 고객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양적인 데이터를 활용하는 계량분석 방법을 이용한다. 흔히 고객의 생애가치, 구매패턴 분석 등을 활용하고 있으나, 이를 절대적으로 확신해서는 안된다. 우량 고객이라도 향후 높은 수익을 주지 않을 수 있고, 비우량 고객이 손해를 덜 미치 수도 있다. 고객 생애가치도 평가도 기업과의 거래관계가 얼마 되지 않을 경우 데이터 부족으로 고객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고객을 등급화할 때는 기계적으로 등급을 바꾸기보다 유예기간을 둔다거나 거래량 변화의 원인에 따라 등급 변화를 유보하는 등의 탄력적이고 정교한 장치가 필요하다.
3) 핵심 고객에 집중하라
고객 차별화를 위해서는 우량 고객 중심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일정 수준 이하의 고객과의 관계를 줄이고자 저수익 고객에 대한 판촉활동을 중지하고 고수익 개선을 위주로 한 로열 서비스 등과 같은 일대일 개인 마케팅에 주력한다.
4) 고객 불만 관리에 힘써라
디마케팅으로 비우량 고객에 대한 어설픈 차별은 기업 이미지 손상과 브랜드 관리의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고객은 불리한 조치를 당할 경우 언제든지 불만을 표시하거나 부정적 소문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우량 고객에 대한 사전적, 사후적 불만 관리를 다음과 같이 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업은 디마케팅 정책의 정당성을 설득시켜야 한다.
둘째, 퇴출된 고객의 사후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전적 합의 없이 행해지는 거래 제한 조치나 수수료 인상 등은 고객에게 당혹감을 줄 수 있으며, 또 그들이 향후 우량 고객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기에 거래 이력, 신상 등에 관한 데이터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관계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5) 기업 이미지 업그레이드를 위한 공익마케팅을 병행하라
불황기의 광고비 삭감은 장기적으로 기업 수익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그만큼 불황기의 브랜드 관리는 호황기 보다 어렵고 중요하다. 따라서 디마케팅에서는 차별적이고 효과적인 고객과의 미디어 접촉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이 없더라도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공익적 성격의 마케팅 노력이 효과적일 수 있다.
6)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라
일반적으로 경기는 순환과정을 통해 경기 회복, 확장, 후퇴, 수축 등의 연속된 사이클을 거친다. 불황기에 접어들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디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지만,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신규고객 획득 비용이 기존고객 유지비용의 5배라는 이론적 수치를 보더라도 고객은 기업 활동의 중요한 존재 이유다.
디마케팅은 단지 수익성 없는 고객을 차별적으로 관리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수익구조를 점검하고 개선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