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념일에는 쉽게 지갑을 연다
'스와치'는 기념일에 어머니날, 크리스마스, 핼러윈 같은 특별한 날에 맞춰 시계를 내놓기로 유명하다. 몇 해 전 밸런타인 데이에 맞춘 기념시계의 경우 '사랑의 시작'이라는 제목으로 시계줄 한쪽엔 남자, 다른 쪽 줄엔 여자가 하트를 손에 들고 상대방에게 던지는 모습을 그려 출시하여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삼성카드는 올앳카드 탄생 5주년 기념으로 5가지 테마의 '오 파티' 행사를 진행했다. 끝자리가 5인 날 사용한 금액이 5만원 이상이면 추첨을 통해 사용금액 전부를 캐시백으로 돌려주었다.
이처럼 각종 기념일 마케팅이 성행하면서 좋은 날은 아예 선점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방 농협이 정한 3월 3일 삼겹살 데이이면서 대한화장품공업협회가 정한 '화장품의 날' 이기도 하다.
기념일 마케팅은 일단 입소문을 타다 하면 폭발적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기념일은 계속 탄생하고 있다.
▣ 특정한 날은 만들어 상품을 파는 신종 마케팅
데이마케팅은 매월 14일 기념일에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유행하면서 성행하게 된 새로운 마케팅이다. 다이어리데이(1월), 밸런타인데이(2월), 화이트데이(3월), 블랙데이(4월), 로즈데이(5월), 키스데이(6월), 실버데이(7월), 그린데이(8월), 포토데이(9월), 와인데이(10월), 무비데이(11월), 머니데이(12월) 등 매달 14일이 모두 특별한 의미를 지닌날로 정착되었다.
데이마케팅의 효시인 밸런타인데이는 일본의 유명 제과회사 '모리나가' 에서 비롯되었다. 1958년 당시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사회 분위기를 틈타 모리나가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하루만이라도 여자가 남자에게 자유로이 사랑을 고백하게 하자'라는 의미로 '초콜릿을 선물하면서 사랑을 고백하라'라는 메시지로 캠페인을 전개해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게 만들었다.
모리나가는 초콜릿 선물 인기에 비인기 제품에 속하던 마시멜로 매출을 올리려고 3월 14일을 마시멜로데이로 만들었는데 호응도가 낮아 마시멜로의 하얀색을 뜻하는 '화이트데이'로 이름이 바뀌었고,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주면서 사랑 고백을 하는 지금의 형태로 변화되었다.
데이마케팅은 외식업체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있는데, 'TGI 프라이데이'는 매주 금요일 '미션데이' 로 정해 미션 성공한 고객에게 특정메뉴를 공짜로 제공했다. '미스터피자'는 매달 7일을 '우먼스데이'로 정해 특정메뉴를 주문하는 여성 고객에게 20%를 할인해 주었다. 베니건스도 매월 첫째 주 수요일을 '베니건스데이'로 정해 인기메뉴 5가지를 50% 할인 제공 했다.
프로야구에서는 '두산베어스' 가 매월 마지막 토요일 홈경기를 '베어스데이'로 정해 좌석을 50% 할인해 주었고, 63 시티는 6월 3일을 '63 데이'로 정해 수고관과 전망대, 아이매스 영화관 등 63 빌딩 내 관람시설에 무료입장할 수 있는 행사를 펼치기도 했다.
이외에도 11월 11일 빼빼로데이, 치킨데이(9월9일), 오리데이(5월 2일) 등 특정날짜와 상품을 연계한 마케팅도 성행하고 있다.
이처럼 데이마케팅이 인기 있는 이유는 숫자가 문자보다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체들은 각 데이에 다양하고 이색적인 이벤트를 개최해 자사 상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거나 행사를 실시하는 등 활발한 마케팅을 벌이는 것이다.
▣ 여중생의 아이디어로 매출 100억 돌파
위에 열거한 각종 데이마케팅중 가장 성공적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빼빼로데이' 다. 빼빼로데이는 그 이름과 달리 빼빼로 제조회사인 롯데제과에서 만든 날은 아니다. 1994년 부산의 한 여중생이 숫자 1이 네 번 겹치는 11월 11일이 친구끼리 우정을 전하면서 '키 크고 날씬하게 예뻐지자'라는 의미로 빼빼로를 교환하던 데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롯데제과는 한 지방신문을 통해 이 사실을 알고 대대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10~20대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빼빼로데이 덧에 롯데제과는 9월~11월에만 연간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팔리는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2004년 10월 매출만 100억 원을 돌파했다. 또한 빼빼로데이가 일본까지 알려져 빼빼로와 유사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글리코'가 도요차 자동차 11대를 비롯해 총 11만 1,111명에게 경품을 주는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소비자는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와 감성, 이벤트를 소비한다는 독특한 특성이 이와 같은특정기념일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기틀이 되어 주고 있다.
▣ 데이마케팅의 성공전략
1) 고객의 감성에 기반을 둔다
사랑, 우정, 추억 등과 연관된 달콤한 이야기들을 특별한 날짜와 연관지어 제품을 판매하는 대표적인 데이마케팅 전략이 '포틴데이' 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좋아하는 친구끼리 일 년 내내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도록 소비자 심리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고객의 감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초콜릿, 사탕, 꽃, 반지, 영화, 음악 등을 활용해 기업의 매출을 급격히 올리는 매개가 되어 주고 있다.
명절을 제외하고 기업이 전사적인 판촉에 나서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에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매년 20~30%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달성하고 있다.
2) 특정 요일이 가진 다양한 의미를 활용한다
데이마케팅은 특정 요일이 제품의 이름이나 속성과 연관이 있는 경우 이를 제품 판매를 위한 특별한 날로 지정하여 그날을 중심으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해 가는 마케팅 전략이다. 기업은 계절의 변화나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소비를 촉진할 수 있고, 고객은 재미와 할인혜택을 통해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3) 제품의 브랜드나 기업의 이미지와 연관된 숫자를 이용한다
기업의 브랜드가 숫자와 관련된 네임인 경우 연관된 숫자에 해당하는 날짜에 데이마케팅을 집중 전개하는 전략을 활용하면 고객에게 제품 브랜드 네임을 쉽게 전달하고 판매를 촉진할 수 있다.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는 자사 브랜드 '리바이스501' 에 맞추어 5월 1일을 '501 데이'로 정하고 청바지 축제를 진행하여 자사 브랜드의 충성도를 높이기 계기를 마련했다.
4) 고객의 소비 활성화 및 제품 구매액 증대로 판매를 확대한다.
고객의 구매액이 특정한 날짜의 숫자와 일치하거나, 기업이 정한 특정한 날짜에 구매하는 경우 포인트나 경품을 제공해 고객의 방문이나 매출을 늘리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신한카드의 '3,6,9 데이'는 3,6,9가 들어가는 날에 카드를 사용한 회원을 대상으로 행운복권 추첨을 통해 요금을 할인해 주거나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마케팅을 꾸준히 전개했다.
현재 국내에는 연간 50여 일 넘게 데이마케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소비자가 인식하는 데이는 4~5개가 넘지 않고 있다. 이처럼 호응도가 낮은 이유는 기업이 억지로 끼워 맞추기 식의 마케팅을 전개하여 고객이 이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마케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품이 가진 속성과 타깃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한 후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적절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게끔 티핑 포인트처럼 확산시키는 과정이필요하다. 또한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기본적인 고객의 기념일을 챙기지 못해 외면당하지 않도록 리마인드마케팅도 꾸준히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