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를 심어 성공한 만년필의 명품, 몽블랑
대량생산 시대를 맞아 많은 제품들이 표준화, 획일화되면서 차별성이 약해지고 있지만, 명품은 독창성과 차별성, 희소가치로 그 맥을 이어 오고 있다. 그중에서 만년필의 명품 '몽블랑'은 어떻게 최고가 되었을까?
1906년 문구점 상인 '휘스', 은행가 '라우젠', 베를린의 만년필 기술자 '잔보아'' 세 사람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유럽 사람들이 눈 덮인 몽블랑 봉우리를 보며 느끼는 자부심을 만년필을 쓰면서도 가질 수 있도록 해보자"라고 뜻을 모아 4년 후인 1910년 몽블랑이 탄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명품 만년필로 성공하게 된 요인은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명품은 혼자 힘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비자의 마음을 아는 유통업자(상인)가 있어야 하고, 든든한 스폰서(은행가)가 버텨주어야 하며, 혼을 담을 줄 아는 명장(기술자)이 있어야 한다.
흰 별 모양의 몽블랑 심벌은 1913년부터 사용되었는데 이 육각형의 로고는 '몽블랑'을 사철 내내 덮고 잇는 눈의 결정체를 의미한다. 잉크가 흘러 나오는 펜촉에 새겨져 있는 4810이라는 숫자는 그 당시 사람들이 알고 있던 몽블랑 산의 높이다. 이 숫자와 로고는 몽블랑 만년필의 상징이 되어 소비자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다
둘째, 몽블랑 제품 하나하나에는 그들의 문화가 깃들여 있다. 이는 '몽블랑' 이라는 브랜드에서 쉽게 알 수 있다. 몽블알 만년필은 직접 손으로 만든 수제품이다. 펜촉은 수작업이 포함된 150여 가지 공정에 따라 만들어지며 만년필 한 자루를 생산하는 데 6주 이상 걸린다.
1924년 처음 선보인 다이아몬드 장식 제품은 10만 유로인 것도 있다고 한다. 몽블랑은 존 F. 케네디, 교황 바오로 2세,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등 세계적 명사들이 애용하여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셋째, 최고의 성능이다. 몽블랑은 만년필 자체로서 최고의 성능을 지니고 있어 외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 최상류층에 대한 선망을 볼모로
명품을 엄밀하게 규정해 보면 '예술가로 인정을 받은 장인의 손에서 태어난 단 하나뿐인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명품이 되기 위해서는 '유일성'과 '진정성', 문화적 전통과 관련된 '역사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이 개념은 한국시장에서 사용하는 명품이라는 개념과 일치할 수 없다. 최근 우리나라는 명품의 의미가 확대되어 특정 물품이 아닌 외국의 고가 브랜드를 뜻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량으로 찍어낸 물건인데도 브랜드만 좋으면 명품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우리가 흔히 명품이라고 부르는 고급 브랜드들을 미국에서는 '최고급품' 또는 '고급품' 이라고 부른다. 일본 역시 대량생산한 고급 브랜드에 함부로 명품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과시적 소비욕구가 다른 나라 소비자들에 비해 강하고, 그 욕망을 기업이 명품이라는 용어로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명품이라고 광고하고 있는 물건은 정확히 말해 명품마케팅의 일환으로 판매되는 고가 제품들이다. 상류층에 대한 선망을 볼모로 중산층에게 부와 사치를 경험해 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상류층과 동일시나 중산층 내부에서 우열 구분이 불가능해지면 명품의 존재이유를 잃게 된다.
명품마케팅의 특성상 '인식상의 영원한 명품'은 불가능하다.
적절한 정도만이 보급되어 '나는 있고 너는 없다' 고 느끼게 할 수 있을 때에만 명품마케팅은 효과를 나타낸다.
▣ 두 계층간의 쫓고 쫓기는 싸움
2005년 롯데백화점에 명품관이 문을 열었다. '에비뉴엘'이라 이름 붙인 이 매장에는 샤넬, 루이뷔통, 버버리같이 낯익은 브랜드부터 마돈나가 즐겨 신는다는 '마놀로 블라닉' 구두와 8억 원 짤 스위시 시계 '예거 르 쿨투르'도 나왔다. 개장 첫날 3천여 명이 몰려 우리의 명품 선호 풍속도를 엿볼 수 있었다.
한국 명품시장은 가치의 대중화 붐을 타고 지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시장은 자본주의 성숙기를 맞이하며 명실 공히 일본 보다도 VIP 명품 소비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런 현상은 브랜드 과포화 시대가 됨에 따라 제품력과 기술력만으로 차별화를 달성한다는 것이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구찌' '프라다' '에르메스' 등 명품으로 불리던 브랜드들이 중산층의 20~30대에서 부터 초등학생들까지도 접할 수 있는 브랜드로 바뀌어 가고 있다. 신비로운 마력을 가졌던 명품 브랜드가 이제는 누구라도 신용카드 한 번의 허세를 부리고 나면 한두 개쯤 소장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있다. 명품회사의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는 짝퉁 제품이나 10만 원 내외면 구입할 수 있는 작은 명품 사치품들에 의해 자사의 브랜드가 대중화되고 일반화되는 것이 위기상황으로 느낄 수 있다.
이런 위기의식에서 또 다른 차별화를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블랙라벨' 등의 프리미엄급 고가품 라인이다. 이는 최상류 층에게만 은밀하게 유통되기도 하고, 그것이 입소문마케팅으로 또다시 중산층의 추격을 야기하기도 한다. 즉 두 계층 간의 쫓고 쫓기는 싸움은 명품 브랜드의 흥망성쇠와 더불어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 명품마케팅의 성공비결
1. 고품격 이미지를 제공하라
명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기능이 아닌 이미지를 산다. 사람들은 명품이 자신의 품위를 높여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유하고 싶어 한다. 명품은 사람들에게 고급 제품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징표이며, 전 세계 소비자들의 공통된 특성 때문에 소비자의 혼란을 없애 준다. 명품을 구입하는 고객의 마음에는 '그 브랜드는 그 정도 값어치를 한다.'는 형성되어 해당 제품을 구입하고 나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나 제품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 '역시 명품'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명품 브랜드는 그것을 구입하여 착용하는 여성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준다. 멋을 추구하는 자신의 모습과 명품을 인정해 주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존중받고 있다는 기쁨을 느낄 수도 있다. 명품은 자신의 품격이나 고상한 이미지를 드러내는 상징물인 것이다. 이것이 명품의 위력이며, 이런 이미지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지갑을 여는 것이다.
2) 절대 흔한 물건이 되어서는 안된다.
비싼 값을 치르고라도 고객이 그것을 소유하고 싶게끔 하려면 자신만의 독특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독특한 가치를 제공하는 방법에는 우수한 품질과 관심을 끌만 한 역사, 세련된 디자인, 차별화되고 감동적인 고객 서비스 등이 있다.
명품 브랜드들은 이제 특정 제품의 수를 한정시켜 희귀성을 부여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한정된 수량만 생산하기 때문에 희귀성은 곧 고 가치, 고가 전략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정판은 일종의 특권의식을 느끼게 한다.
3) 유통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마라
명품이라도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들이 구입을 원하는 시기에, 접근이 용이한 장소에 공급되어야 한다. 명품의 성공은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는 마케팅 측면보다 최고의 제품을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가장 알맞은 쇼핑장소 제공하는 유통능력에 달려 있다. 즉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통기능을 갖춘 브랜드만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
'구찌' '입생로랑'과 같은 명품 브랜드가 1990년대 초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도 바로 유통기능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의 제조공정을 잘 관리한다는 것은 제품의 품질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유통망을 통제한다는 것은 제품의 이미지를 제어할 수 있다는 뜻으로 제조공정과 유통 점포 관리가 명품 브랜드 성공의 중요한 두 축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4)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라
차별화를 위해 독특한 심벌이나 호감을 주는 로고는 필수적이다. 샤넬의 더블 C로고와 구찌의 더블 G로고, 루이뷔통의 LV로고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즉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형성한다.
이런 심벌이나 로고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고유의 콘셉트나 스토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감을 주는 신비로운 인물이 즐겨 사용한 제품이라는 흥미를 끌 만한 이야깃거리는 명품 브랜드들에서 거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샤넬 No.5 향수만 걸치고 잔다'라고 말한 메릴린 먼로 덕에 이 향수는 엄청 유명해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마케터 들은 핵심 메시지를 개발하고, 소비자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핵심적 개념이나 짧은 문장을 집중적으로 노출시키려 한다. 자동차 업계로 예를 들면 벤츠는 '기술', BMW는 '주행', 볼보는 '안전'이라는 핵심단어를 사용한다. 이 단어가 경쟁사는 제공하지 못하는 우리 기업만의 고유한 가치가 되는 것이다.
5) VIP마케팅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라
VIP마케팅은 대중이 아닌 특정 소수만을 겨냥한다. 왕족이나 부호, 연예계 스타 등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고 부유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인 VIP 고객에게 집중하는 명품 브랜드 대표 기업을 꼽자면 '에르메스'가 있다. 에르메스는 최고급 여행용 가방을 사전에 주문받아 한정 생산한다. 주문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도 1년 이상 기다리는 일도 흔하다. 특별함을 즐기려는 고객들은 자신만을 위한 맞춤전략을 펼치는 기업에게 애정을 갖고 많은 돈을 쓰게 마련이다.
6) 브랜드 로열티를 높여라
한마디로 명품 브랜드는 '컬트 브랜드' 다. 고객의 애호와 열광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확실한 반복구매 효과를 가져온다. 한 예로 '할리 데이비슨'을 소유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안내서를 배포한다. 브랜드에 대한 열렬한 숭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특정 브랜드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의 욕구와 관련이 깊다. 또 특정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로 표현하려는 욕망 때문에 집착하게 된다. 그래서 일체감, 결속력을 원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브랜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7) 전통의 현대화를 통해 장인정신을 보여라
과거의 명품은 변하지 않는 전통과 불변의 고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제품은 재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기업에게 경제적이기까지 한 개념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를 전후해 상황이 변했다. 최고라고 주장하는 명품 브랜드들의 제품이 여러 면에서 서로 비슷해지는 동질화 현상이 가속화되었다. 또 젋은층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것은 오래된 것, 시대에 뒤진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종래의 제품이나 디자인에 식상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이제는 명품 브랜드도 새로운 디자인과 제품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유행과 젊은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명품업체들은 오래된 전통을 현대적으로 멋지게 재창조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거나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오랜 역사를 명품 브랜드일수록 항상 시장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들만의 독특한 해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