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를 위한 전쟁
2002년 1월 당시 세계 최대 휴대전화 생산업체 노키아의 자회사 베르투는 백금케이스와 사파이어 화면, 고음질 벨 소릴르 갖춘 2,600만 원짜리 휴대전화를 내놓았다. 국내 업체도 강남 모처에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자 증권사들과 은행에서 프라이빗 뱅킹 점포를 근처로 이동시켜 최상위 고객을 잡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이 같은 수요를 파악한 건설사들은 그들의 요구에 부흥하기 위해 최고급 아파트를 만들어 냈다. 대부분 90평대에서 125평 규모의 타워팰리스의 펜트하우스로 매물 가격이 50억 원에 육박했다.
'벤츠' '포르쉐' 수입차 판매법인 한성자동자도 포르쉐 전시장에 2억 1천만 원 하는 포르쉐 '911 터보'와 1억 6,500만 원 하는 '뉴 911 카레라'를 선보였는데 전시한 뒤 2주도 안되어 모두 팔렸다.
현대자동차 '에쿠스'의 경우도 고소득 전문가 집단 3만 명 가량을 대상으로 VIP클럽을 운영하며, 이들에게 각종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상대적으로 약한 수입 고급 승용차와의 차별을 도모하기 위해 고품격 세심함, 꼼꼼함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
은행들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자산을 특별 관리해 주는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를 넓게는 귀족마케팅의 일부로, 좁게는 PB마케팅으로 하여 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PB마케팅은 선진국에서 일찍이 통용되던 제도로 1992년 한미은행이 처음 도입했다. 프라이빗 뱅커가 거액 예금자의 예금, 주식, 부동산 등을 일대일로 관리하면서 투자 상담을 병행한다. 이들은 수적인 부분에서는 소수지만 수신고 규모로 볼 대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엄청나다.
기업들이 귀족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매력적인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첫째, 고정고객으로 고급제품의 안정된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가격 탄력성이 낮다. 부유층의 소비 패턴은 제품의 명성과 품질, 독특한 부대 서비스를 중요시하는 특성을 보여 제품의 성능대비 가격이 상대적으로 중시되는 일반 소득 계층과 소비 형태의 차이가 난다.
셋째, 경기 영향을 적게 받는다. 외환위기 때 나타난 것처럼 부유층의 소비규모는 경기 변화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은 경제상황과 독립적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소비 패턴이 하위 계층의 모방으로 이어진다. 부유층의 소비 형태는 장기적으로 일반 서민층에 의해 모방된다.
이처럼 매력적인 부유층은 광고나 이미지만으로 공략할 수 없고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모셔 올 수 없다. 부유층의 심리와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며 특별히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파악해야 성공할 수 있다.
▣ 제품의 명성과 품격을 중요시하는 특성
귀족마케팅이란, 고소득층과 상류층을 대상으로 그들이 많이 구입하는 제품을 마케팅하는 것을 말한다. 귀족 상품을 단순히 고급품이나 사치품 정도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귀족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비싸거나, 최첨단 기능을 갖추었거나, 희소하거나 하는 정도 이상의 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 비로소 귀족 상품이 될 수 있다.
'귀족' 이라는 단어 때문에 거리감이 있어 보이나 명품이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운 과거 귀족마케팅은 자동차나 고급 의류, 콘도 및 골프회원권 등 일부 품목에서 제한됐으나, 최근에는 홈쇼핑, 백화점, 아파트, 제조업, 금융권 등 여러 분야에서 귀족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은 각종 대형, 고급 제품과 서비스의 주 소비자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제품의 명성과 품격을 중요시하는 소비패턴을 보여주며, 가격대비 마진율이 높다. 또 매체노출에 있어서도 '오뜨', '노블레스' 같은 특정잡지 구독비율이 높다. 귀족마케팅은 럭셔리마케팅, 하이앤드 마케팅으로도 불린다.
▣ 더블엘(LL) 족과 보보스(Bobos) 족
신흥 부유층은 자유분방함과 레포츠(Leports), 명품(Luxury)을 즐기는 더블엘(LL)족과 소신과 개성을 중시하는 보보스(Bobos)족이 많다. 이코노미스트 조사에 따르면 국내 보보스조의 평균 연령은 30~40세이고, 약 6~7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상품광고보다 회사 이미지 광고에 더 호감을 느끼고 티 안나는 명품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들은 시간에 대한 상당하고 엄격한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시간적 투자를 최대한 줄여주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명품을 구입하는 것이 낯선 일이 아니다.
또 이들은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해 명품을 구입하지 않는다. 자기만족을 중시하고 취지 않는 명품의 진가를 음미하고 싶어 한다. 브랜드의 차별화와 고급서러움을 상징하던 팬디의 F, 루이뷔통의 LV, 구찌의 GG 로고와 문양이 언제부턴가 살며시 안쪽으로 숨거나 작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이유도 이러한 분위기 때문이다.
최근 일류 브랜드는 유명 연예인에게 옷을 입혀 인지도를 높이는 '스타마케팅'까지 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판대되는 것이 명품 이미지 제고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 귀족마케팅 성공전략
1) 신흥 부유층을 잡아라
앞으로는 신흥 부유층의 자산이 경제 면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벤처 창업자, 전문직 종사자,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인 이들은 전통 부유층과는 확연하게 다른 특성을 보인다. 이들에게 보수적 성향의 생활방식에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신흥 부유층은 대부분 지식 글로자이며 돈보다 일을 통한 성취감을 중요시한다. 이들은 또 모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금융자산 투자에 있어서도 기꺼이 위험을 감수한다. 상품광고보다 회사 이미지 광고에 호감을 느끼고, '티' 안 나는 명품을 선호한다. 정보기술에 민감해 인터넷 쇼핑을 즐기고 시간에 상당한 가치를 부여해 시간 투자를 최대한 줄여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2) 부유층의 자녀를 주시하라
부유층의 3대 관심사는 건강, 가족에 대한 배려, 안전이다. 대부분이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사랑은 대단하지만 부유층의 경우 열정이 남다르고 남들과 다르게 키우고 싶은 욕구가 매우 높다. 이러한 점을 이용한 '인질 마케팅'과 '프린세스 마케팅'은 부유층에게 최상의 서비스는 물론 자녀를 대상으로 한 각종 프로그램을 통한 추가 혜택을 제공한다. 자녀에 대한 극진한 대접은 실제로 부유층과의 긴밀한 관계 유지를 가능하게 하며 고객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다.
3) 브랜드를 숨겨라
부유층에게 명품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기만족을 중시하며 튀지 않는 명품의 진가를 음미하고 싶어한다. 명품업체들이 자사 브랜드나 로고를 제품에 크게 부각한 디자인이 유행한 적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로고가 눈에 띄지 않게 작아지면서 '드러내지 않는 매력이 진정한 당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식으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4) 많이 팔지 마라
명품의 생명은 희소성이다. 부유층은 희소성이 있는 명품을 소비함으로써 자기만족을 누리며 그것을 지위와 부의 상징으로 간주한다.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 '켈리백'은 수천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켈리백을 구입하기 위해 구입 고객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가방이 손에 들어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여성들이 많다고 한다. 에르메스는 이 가방을 기성품으로 만들어 매장에 진열하지 않는다. 그 명성에 걸맞게 '한정생산' '한정판매' 한다. 고객의 순번에 따라 수공예로 생산을 시작한다.
5) 긴밀한 유대 관계를 구축하라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부유층 고객에게는 단순히 제품 판매를 위한 접근이 아닌 라이프 케어적 관점에서 이들과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 판매 이후 그들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하면서 관계를 이어가는 고객관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들은 쉽게 타사 제품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귀족마케팅은 명품을 많이 판매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상품의 가격, 품질, 고급스런 매장 분위기 같은 요소로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유층 입장에서 생각하고 기업 스스로 명품의 향기를 진하게 낼 수 있는 품위와 세련미를 먼저 갖추어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