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너무 많은 화폐들(Part 3)
▣ 블록체인 기술이 빈곤을 퇴치한다
세계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가장 크게 후원하는 곳 중 하나로 후원자들에게 교육 증진을 위한 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블록체인 기술로 보여주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개발 계획을 위해 8천만 달러를 모금하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채권을 발행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자금 조성에 필요한 중간 과정을 크게 줄이며, 실제로 현장에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되는지도 확인해 준다.
경제 발전의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식적인 금융기관을 이용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와 남아시아는 전체 인구의 5% 이하, 그리고 소규모 사업체의 절반 정도만이 정식 은행 계좌를 갖고 있다.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도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레벨 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국가적인 디지털 결제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블록체인 기술은 통신 업체와는 상관없이 돈을 보내거나 받도록 해준다. "나의 꿈은 하나로 통일되고 상호 이용이 가능한 결제 제도를 모든 아프리카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레벨 원 프로젝트 <코스타 페릭>의 말이다.
교과서에 '실패한 불량 국가'로 언급되는 아프리카 소말리아 국민의 약 60%가 유목민 이거나 반유목민에 가까운 생활을 하지만 16세 이상 인구 중 90%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고, 그중 80%는 최소 한 달에 한 번 이상 휴대전화로 결제한다. 문제는 자금 세탁과 테러 행위를 위한 자금 조달이 함께 이루어지면서 휴대전화 결제는 추적이 어렵고 책임의 영역도 불투명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분산된 기록 보관소를 활용하면 이 단점들을 개선할 수 있다.
▣ 지구 구하기
2018년 남아메리카 칠레 앞바다에 몸길이 약 20미터의 흰긴수렴고래가 죽어서 밀려오자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몸통에 낙서하는 모습을 본 자연사 박물관 연구원 <가브리엘라 가리도>는 "이런 동물들을 인간으로부터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하면서 비정부 기구 '케이 포 더 언케어드'와 블록체인 기술로 희긴수염고래나 인도호랑이, 해달, 아시아코끼리와 대왕판다 같은 멸종 위기종에 표시를 부착하고 추적해 보호하는 일을 한다. 관련 기록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누구에게나 공개될 것이다. '케어 포 더 언케어드"는 비트코인으로도 기부금을 모은다.
서로 연결된 감지 장치와 제어장치로 구성된 사물 인터넷이 더해진 블록체인 기술은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가능성은 탄소 배출권을 거래가 가능한 디지털 교환권으로 바꾸도록 해줌으로써 기업과 개인이 환경 문제에 더 신경 쓰게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신생 기업 '에너지 마인'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전기 소비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으로 교체하거나 집의 단열에 신경 써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암호 화폐로 '상품권'을 지급한다. 이 상품권은 시장에서 사용가능하여 전기세를 낼 수도 있고 전기 자동차 충전을 할 수 있으며, 일반 화폐로도 교환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를 구하기 위해 정보통신 기술을 사용할 때는 단점도 있다. 2030년이 되면 정보통신 기반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전력을 20% 더 소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보통신 기술 분야의 탄소 배출은 항공 업계가 연료를 소모하며 만들어 내는 탄소배출량과 맞먹는다. 게다가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암호 화폐 거래가 많아지는 상황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디지털화한 자료 없이 존재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에너지 혹은 전기를 소모할 것이다. 미국의 모든 자료 공유 및 사용량의 1/3 이상이 네플릭스 사업과 관련 있으며, 1/3은 고해상도 사진 공유나 전송과 관련 있다. 탄소 발자국은 친환경적인 측면에 신경을 쓸 때만 줄어들 수 있다.
▣ 줄어드는 변호사와 금융인
컴퓨터가 똑똑해질수록 중간에서 일을 대신해 줄 인간은 필요 없어진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은행과 은행 업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위협을 받고 있다. 고객들과 대면하는 은행원들의 업무는 충분히 자동화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기계의 도움으로 은행이나 은행원들이 살라지더라도 은행업무 자체는 유지될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 계약은 변호사나 회계사의 업무마저 대신할 수 있다. 2010년 이후 미국 법학대학원 입학생 수는 29%나 줄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젊은 신참 변호사들이 해온 서류나 기록 정리 업무를 인공지능이 대신하면서 변호사 숫자가 남아돌기 때문이다. 기존의 법률은 사람이 직접 관여해 각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불확실한 면이 많았지만 개방형 블록체인 기술은 자동화되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운영될지 예측할 수 있다.
회계 관련 일자리도 2018년 미국에서 회계나 감사 관련 업무에 종사한 사람은 130만 명 정도인데, 그리 복잡하지 않은 수준의 계좌 조정, 확인, 수납과 수취 등의 업무는 블록체인 기술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2030년의 세상을 바꿀 것이다. 그때가 되면 수많은 자료 저장소와 서류 업무는 물론 일자리까지도 사라질 것이다.
▣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 화폐의 미래
2030년이 되면 디지털 화폐만큼이나 블록체인 기술을 여러 분야에 적용하는 가능성도 중요해질 것이다. 예컨대 각종 공무, 지적 재산, 무역 거래, 위조 방지, 총기 규제, 빈곤 퇴치, 환경보호 같은 다양한 분야에 도움이 된다. 이들은 모두 수평적 사고의 산물이다.
만약 디지털 화폐가 기존의 현금을 대신할 뿐이라면 사람들이 꽤 실망할 수도 있다. 현금을 주고받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원을 절약하거나 탄소 발자국을 지우는 데 도움이 된다면 사람들은 금융업의 지각 변동을 목격하는 동시에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이득이 되는 일뿐만 아니라 쉬운 사용법이나 비용 절약처럼 즉각적인 이득이 생기기를 원한다. 예컨대 디지털 공유 방식으로 먹을거리나 의류낭비를 줄이면 자신이 보유한 암호 화폐에 지급되는 이자가 늘어나길 원할 것이다.
세계는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인구 통계학적, 지정학적, 기술적 요인이 한데 얽혀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이 요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새로운 세상에 대한 결정적인 시험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